Chopin Études played by 임윤찬

2025년 4월 25일 4247자 완독 2분 소요

precise, precise, precise.

임윤찬의 연주에는 호로비츠가 오버랩 된다.

조성진의 쇼팽은 감성의 극단에 있다. 그는 신파가 세련미를 갖출 때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보여 준다. 설명이 없는데도 첫 타건부터 눈물이 떨어진다.

임윤찬이 들려주는 것은 반대편 극단이다. 그는 우리가 슬퍼해야 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설득해 나간다. 눈물에 이르는 귀결은 같다.

10-1Waterfall, 25-12Ocean는 대구를 이룬다. 에튀드를 통틀어 가장 화려한 두 곡을 임윤찬은 뜻밖에도 담담하게 풀어낸다. 전곡을 훑은 뒤 돌아오면 그만의 터치가 느껴진다.

의외의 감동이 있는 10-3Tristesse. 중반부 이후의 터치에 울림이 있다. 25-1Aeolian Harp에도 뜻밖의 울림이 있다. 이것은 하프… 하프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하는 순간 피아노의 분명한 타건이 들려온다. 묘한 연주다.

그러나 역시 테크닉의 임윤찬. 10-5Black Keys, 10-12Revolutionary, 25-11Winter Wind은 굉장한 기교를 보여 준다. 당최 힘을 들이지 않는 연주라 난곡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지경이다. 특히 10-12는 학습자라면 듣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학습 의욕을 꺾어버리는 연주다.

10-8Sunshine, 10-10. 이 곡의 음표가 본래 이런 배열이었던가 잠시 멈칫하게 된다. 하지만 차분히 귀를 기울일 때, 이것이 오랜 기간 훈련한 숙고의 산물임을 이해하게 된다. 감히 추측건대 어린 시절부터 공들여 연마하며 자신만의 해석을 다진 결과 곡을 가지고 노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닐까.

쉽사리 접하기 어려운 그만의 타건에서는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턱없이 엄격하고 꼬장꼬장한 교수가 아무렇지 않게 툭 한마디 농담을 던져 클래스를 와르르 무너뜨려 놓고 정작 자신은 표정 한 톨 변하지 않는 장면이 연상된다. 25-9Butterfly Wings는 그런 유머 감각의 절정이다.

Yunchan Lim, Chopin: Études, Opp. 10 &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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