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 생동하는 동시대 예술의 현장

2024년 9월 6일 5524자 완독 3분 소요

해마다 개최되는 키아프 서울KIAF Seoul이 올해도 막을 열었다. 지난 2002년에 시작하여 어느덧 스무 살을 훌쩍 넘긴 키아프는 이제 국내 미술계의 명실상부한 주요 행사로 자리 잡았다. 2021년부터는 프리즈Frieze와의 협업이 이루어져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사진: 키아프 서울 2024.  출처: 키아프 서울 홈페이지

키아프KIAF는 한국 국제 아트 페어Korea International Art Fair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이름이 보여주듯 이 행사의 본질은 ‘아트 페어’다. 명문상의 페어Fair는 박람회를 의미하지만, 오늘날 이 용어는 다소간 상업적인 함축을 지닌다. 여느 전시회처럼 개방되어 있지만 결국은 작품의 구매를 유도하려는 행사다. 성격상 전시가 주목적인 비엔날레Biennale와 매매가 주목적인 경매Auction의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겠다.

‘매매를 목적으로 하여 특정 단체의 주도로 개최되는’ 것을 페어의 성격으로 본다면, 아트 페어의 기원은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일부 길드의 주도로 길드 내 공인들이 제작한 수공예품을 한곳에 모아 전시하고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이다. 당시 유럽의 길드는 오늘날 화랑 협회나 소공인 단체의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형태를 띤 아트 페어라면 역시 스위스에서 열린 아트 바젤Art Basel을 시초로 꼽아야 할 것이다. 이때가 1970년으로, 기껏해야 반세기 정도를 거슬러 올라갈 따름이다. 페어 역시 일종의 작품 전시회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아트 페어는 비교적 현대적인 형태의 전시회인 셈이다. 아트 바젤의 성공에 힘입어 대규모의 아트 페어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제적 규모의 아트 페어 중에서 키아프는 비교적 후발 주자로 출범했는데, 이는 당시 국내 미술 시장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키아프가 처음 개최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내 미술계의 구매를 주도하는 것은 기업과 기관이었다. 개인이 작품을 사들이고 소장하는 것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다소간 특별한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작품 구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변화한 데는 그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키아프의 공적을 간과할 수 없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키아프는 현대 예술을 대중에게 알리는 홍보자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이제 개인이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일은 삼성이나 애플의 신제품을 찾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이와 함께 키아프의 국제적 명성도 자연스레 높아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동시대의 여러 작가를 국내외에 소개하려는 소박한 목표로 시작한 키아프다. 덕택에 초반만 하더라도 다소 전시가 밋밋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키아프는 국제 예술계를 매개하는 주요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사진: 그간 대규모로 성장한 키아프. 2007년의 행사 장면.  출처: 키아프 서울 홈페이지.

물론 아트 페어에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싼 작품이 좋은 작품이냐’는 경매 시장에서의 비판이 여기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시장에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고 잘 팔리는 작품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것이 그 작품의 예술성까지 담보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는 예술적 가치가 전혀 없는 작품이 고가에 거래될 수도 있다.

부의 편중도 흔히 지적되는 문제다. 미술 시장에 대한 개인 구매자의 접근성을 높였다고는 하나,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소수의 부자다. 키아프에서도 펜 하나만 들고서 구매 계약서에 사인을 하며 돌아다니는 ‘큰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들은 고가의 VIP 티켓으로 입장하기에 일반 관객의 눈에는 잘 띄지도 않는다.

그러나 예술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며, 이러한 현상 역시 생동하는 예술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생동의 주체 중 하나로서, 키아프는 스스로 동시대 예술의 ‘보이지 않는 전환점Invisible Transition’으로 작용하고 있는 중이다.

원문: 한국투데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