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

2024년 9월 12일 5822자 완독 4분 소요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24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 장충〉이 서울 장충동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아트랩 페스티벌은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작품으로 장충동을 채우기 위해 대규모 행사로 기획되었다. 2019년에 시작된 아트랩 페스티벌에서는 주로 미디어 아트, 인터랙티브 아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결합한 작품이 소개되어 왔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예술의 발전 및 대중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2014년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파라다이스 아트랩은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의 대표적 예술 지원 프로젝트 중 하나다. 예술가들이 기존의 장르를 넘어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창작하고 발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진: 2024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이 진행중인 장충동 거리 일대의 모습

올해는 10팀의 국내 아티스트가 장충동을 주제로 제작한 미래 지향적 예술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손여울의 설치 작품이 관객을 환영한다.

이 작품은 장충동의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하여 표출한다. 장소를 옮겨 가면 오주영의 작품이 1970년대 장충동을 배경으로 그 시대 여성 문학을 낭독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올해 페스티벌에서는 박승순의 설치 작품인 〈SWEETHOME.FM〉을 주목해 볼 만하다.

이 작품은 1930년대 경성의 문화적 맥락을 오디오-비주얼 드라마 형식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특히 장충동 일대 음악가들의 교류 장소였던 이른바 ‘스위트 홈’을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은 박승순이 지속하여 탐구해 온 인간-기계-자연의 관계를 시청각의 힘을 빌려 표현한 설치 작품 중 하나로, 관객이 예술적 경험을 통해 역사적 고민을 공유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이 작품은 다양한 기술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지만, 특히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기법이 돋보인다. 사운드스케이프란 특정 공간이나 환경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의 총합을 뜻하는 개념이다. 오디오-비주얼 드라마에서 사운드스케이프 기법을 활용한다는 것은 작품의 영상과 결합한 음향이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소리는 배경음의 역할을 넘어 공간과 상호작용하며 작품의 주요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

▲사진: 박승순, 〈SWEETHOME.FM〉

이 작품은 사운드스케이프 기법을 활용하여 1930년대 당시의 음향을 재현한다. 이로써 관객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소리와 음악을 통해 장충동의 예술적 유산과 역사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더불어 미디어 아트와 AI 음악 기술을 사용한 콘텐츠가 관객에게 과거와 현재,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 작품에서 형식 이상으로 돋보이는 것은 작가의 고민이 담긴 주제 의식이다. 박승순은 특히 음악가 홍난파에게 주목하여,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던 당대 지식인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내·외적 갈등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조선을 음악 강국으로 만들려는 포부를 내보였을 만큼 애국자였던 홍난파가 어떤 연유로 ‘변절’하기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을 작가는 처절하고도 생생하게 추적해 나간다.



이는 음악가들이 당시 일제 강점기 속에서 맞닥뜨린 ‘선택’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박승순은 “과거로 돌아간다면 체제에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색을 지킬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당시 예술인이 마주한 갈등을 오늘날의 관객이 재조명하도록 이끈다.

관객은 당시 음악가들의 변절을 마주하는 동시에 그들이 이끈 음악적 성과까지 반성적으로 고찰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작가는 현시점에서 다소 민감하며 위험할 수도 있는 주제를 용기 있는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다.

전시를 관람한 뒤에는 장충동 일대의 맛집 탐방으로 발걸음을 옮겨갈 수 있다. 파라다이스 아트랩은 장충동의 태극당, 우레카츠, 꿀건달, 을지도가와 같은 지역 상점들과 협력하여, 예술과 미식이 결합한 특별한 메뉴를 선보인다. 족발 반미나 막걸리 슬러시, 꿀 아이스크림과 같은 메뉴는 관람 후의 미각을 자극하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원문: 한국투데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