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미술관, 전시 ‘예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관문’

2024년 9월 20일 3827자 완독 2분 소요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는 지난 9월 12일부터 기획 전시인 〈예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관문〉 전을 진행하고 있다. 8월에 막을 내린 〈미적감각美的感覺〉 전에서 ‘감각’을 직접 다룬 서울대 미술관이 이번 전시에서는 감각의 이면을 탐구하며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를 이어간다.

서울대 미술관에서 6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미적감각〉 전에서는 신체의 오감을 통해 세계를 느끼고 이해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직관적인 제목만큼이나 관객에게 직관적인 감각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이성에 깊이 경도된 현대인들에게 감각을 통한 미적 경험으로 신선한 경종을 울렸다.

이번 〈예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관문〉 전은 이러한 경험을 보이지 않는 세계로 확장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전시의 중심 주제는 이 전시가 감각에 대한 탐구의 확장판임을 확인해 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품은 인간의 감각으로 직접 파악하기 어려운 세계로 접근하여 보이는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사진: 〈예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관문〉 전,  출처: 서울대학교 미술관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중에는 ‘비누 조각’으로 잘 알려진 신미경이 있다. 비누로 만들어진 조각 중 일부는 화장실에 설치되어 실제 비누로 사용된다. 녹아내리고 뒤틀린 비누 불상의 모습만큼이나 선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비누를 쓰면서 작품임을 깨닫지 못하는 관객도 있다는 사실은 서글프게도 그 덧없음의 의미를 배가한다.

시간의 흐름, 그리고 그 속에서 대상이 사라지는 과정은 분명 이성과 감각을 넘어선 다른 차원에 있는 것이다. 텍스트로 이를 설명해 보고자 한들 이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얼마나 뚜렷이 포착해 낼 수 있겠는가? 풍화하는 비누 불상은 이를 우리가 사는 차원으로 단숨에 끌어와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세계’와 연결된 것이다.



심상용 관장이 인용한 가슈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를 되짚어 보는 것으로 이 전시의 의미를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물의 절대적인 모성, 그리고 물이 시초 생명의 환경이라는 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물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꿈을 꾸어야만 한다.”

〈예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관문〉 전은 11월 24일까지 진행된다. 권오상, 노상균, 안재홍 등 우리나라의 동시대 예술을 이끌어 가는 1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 기간 서울대 미술관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원문: 한국투데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