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종, 전시 ‘생명광시곡’

2024년 9월 26일 4892자 완독 3분 소요

문화역 서울 284에는 지난 9월 15일부터 김병종의 〈생명광시곡〉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오랜 기간 생명과 자연을 탐구해 온 작가 김병종의 예술 여정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시의 제목인 〈생명광시곡The Rhapsody of Life〉이 이번 전시의 테마인 생명, 빛, 소리를 한 단어로 압축하고 있다.

▲사진: 김병종, 〈생명광시곡〉 전. 출처: 문화역 서울 284.

이번 전시는 ‘K-판타지아 프로젝트’의 첫 번째 기획전이다. K-판타지아 프로젝트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현대 예술을 융합하여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창출하기 위한 장기 기획 전시 프로젝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다. 한국적 미학과 현대적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의 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작가 김병종은 생명, 자연, 인간 사이의 관계를 주제로 삼아 ‘통섭의 예술’을 구현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을 여섯 개의 ‘악장’으로 구성하는데, 이는 전시의 제목처럼 ‘광시곡’의 형식으로 구성해 낸 것이다. 김병종이 평생 걸어온 예술 세계를 선보이는 자리이니만큼 회화, 문학, 오브제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관객을 맞이한다.

▲사진: 김병종, 〈생명광시곡〉 전. 출처: 문화역 서울 284

서막인 ‘심상의 숲’에서는 김병종의 신작 〈풍죽風竹〉이 공개된다. 풍죽으로 펼쳐진 푸른 숲이 1악장 ‘동심의 기억’, 2악장 ‘덧없는 꽃’, 3악장 ‘감추어진 샘’으로 이어진다. 숲을 주제로 한 연작에서 수묵과 수제 닥종이를 활용한 실험적 시도를 볼 수 있다. 숲을 거쳐온 기행은 4악장 ‘단 하나의 존재를 찾아서’와 종막에서 공개되는 작가의 아카이브로 절정을 이룬다. 특히 종막에서는 작가의 ‘문제적 연작’으로 언급되곤 하는 〈바보예수〉를 접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풍죽으로 관객에게 소개되는 ‘대나무’는 김병종을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작가는 그간 묵죽도墨竹圖 연작으로 대나무를 탐구해 왔다. 전통 수묵화에서는 흔한 주제지만, 김병종이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소 실험적이다. 그의 대담한 붓질 아래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면모를 지닌 대나무의 신비로운 성격이 극대화된다.

생명의 노래 연작도 작가 김병종을 말해 주는 주요 작품이다. 한때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음의 문턱에 섰던 작가는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가 이 연작의 창작 배경을 고백한 대목의 한 부분이다. 담채화로 부드럽고 섬세하게 표현된 자연이 역설적으로 무척이나 넘치는 생명력을 품고 다가온다.

▲사진: 김병종, 〈생명광시곡〉 전. 출처: 문화역 서울 284

문화역 서울 284는 옛 서울역을 재단장한 장소다. 1925년에 지어진 구서울역사를 복원하여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개최하여 예술을 대중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직전 전시인 〈reSOUND: 울림, 그 너머〉에서는 동시대 예술의 최정점에 서 있는 미디어 아트 작품이 문화역 서울 284의 낡은 공간과 어우러지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번 〈생명광시곡〉 전 역시 문화역 서울 284의 예술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10월 24일까지 진행된다.

원문: 한국투데이 기사